차용증 없이 주고받은 돈, 대여금일까 — 소비대차 입증책임과 대응 방법

계좌이체 내역만으로는 “빌려준 돈”이라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돈이 오간 사실에 다툼이 없어도, 그 돈이 소비대차(빌려준 것)로 건네졌다는 점은 돌려달라고 주장하는 쪽이 입증해야 합니다(대법원 72다221 판결 참조). 연인·사실혼·동거 관계처럼 다양한 명목으로 돈이 오가는 사이일수록 이 입증책임이 소송의 승패를 가릅니다.

소비대차란 — 돈을 “빌려준 것”의 법적 의미

민법 제598조의 소비대차는 한쪽이 금전 기타 대체물의 소유권을 상대방에게 이전하기로 하고, 상대방은 같은 종류·품질·수량으로 반환하기로 약정하는 계약입니다. 핵심은 “반환 약정”입니다. 돈을 준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나중에 돌려받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어야 대여금이 됩니다.

소비대차 계약은 구두 합의만으로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분쟁이 생겼을 때 그 합의를 증명할 수 있느냐입니다.

입증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당사자 사이에 돈이 오간 사실에 다툼이 없더라도, 준 쪽은 “빌려준 것”이라 주장하고 받은 쪽이 그 원인을 다투는 경우, 소비대차로 건네졌다는 사실은 반환을 청구하는 원고가 입증할 책임을 집니다(대법원 72다221 판결 참조). 계좌이체 내역은 “돈이 건너갔다”는 사실만 보여줄 뿐, “빌려줬다”는 사실까지 증명하지 못합니다.

특히 연인, 사실혼, 동거 관계에서는 생활비 분담, 공동 주거비, 선물, 증여 등 돈이 오갈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법원은 이체 내역만으로 대여를 인정하는 데 더욱 신중합니다.

돌려받으려는 쪽 — 어떤 증거가 필요한가

대여금 반환을 청구하려면 소비대차 계약 체결 사실과 금전 인도 사실을 입증해야 합니다. 증거의 힘은 대체로 이 순서입니다.

  1. 차용증·현금보관증 — 차용 금액, 변제기일, 이자 유무, 차용인의 서명·날인이 담긴 처분문서가 가장 확실합니다.
  2. “빌려준다·갚겠다”가 명시된 문자·카톡·통화녹음 — 반환 약정의 존재를 직접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3. 변제 독촉 기록 — 관계가 깨지기 전부터 갚으라고 요구한 기록이 있다면 대여의 정황이 강해집니다. 반대로 소 제기 전까지 한 번도 반환을 요구한 적이 없다면 대여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4. 계좌이체 내역 — 인도 사실의 증거일 뿐, 단독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이라도 돌려받아야 할 돈이라면,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빌려준 돈”임을 인정하는 답변을 확보해 두는 것이 소송 전 가장 중요한 준비입니다.

청구를 당한 쪽 — 빌린 적 없는 돈을 갚으라고 한다면

관계가 끝난 뒤 상대방이 그동안 준 돈을 전부 “대여금”이라며 청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방어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처분문서 부존재 지적: 차용증 등 대여를 인정할 문서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합니다.
  • 돈이 오간 다른 원인 제시: 공동 생활비, 주거비 분담, 증여 등 이체의 실제 명목을 구체적으로 소명합니다.
  • 반환 요구 이력 부재: 관계 종료 전까지 상대방이 반환을 요구한 적 없다는 사정을 부각합니다.

법무법인 우경의 실제 사례 — 대여금 청구 전부 기각

사실혼 관계였던 원고가 관계 종료 후, 동거 기간 중 주택 구입자금·자동차 구입자금·생활비 명목으로 송금한 돈을 모두 “대여금”이라 주장하며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법무법인 우경은 피고를 대리해 ① 차용증 등 처분문서가 전혀 없고, ② 원고가 해당 주택에서 피고와 함께 거주했으며, ③ 소 제기 전까지 반환을 요구한 사정이 없다는 점을 대법원 판례와 함께 변론했습니다.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습니다.

같은 쟁점의 다른 사건에서도 이체 내역만으로는 대여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점을 입증해 청구 기각 판결을 받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차용증이 없으면 무조건 못 돌려받나요?

A. 아닙니다. 차용증이 없어도 “빌려준다·갚겠다”는 내용의 문자, 통화녹음, 변제 독촉 기록 등으로 반환 약정을 입증하면 승소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체 내역만으로는 부족합니다.

Q. 연인 사이에 준 돈도 돌려받을 수 있나요?

A. 반환 약정이 입증되면 가능합니다. 그러나 교제 중의 송금은 증여나 생활비 분담으로 볼 여지가 많아, 대여임을 뒷받침하는 구체적 자료가 없으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Q. 대여금 채권의 소멸시효는 얼마인가요?

A. 개인 간 대여금은 원칙적으로 10년,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5년입니다. 시효가 임박했다면 내용증명 발송, 지급명령 신청 등으로 시효 중단 조치를 해야 합니다. *(변호사 검수: 사안별 시효 기간 확인)*


이 글의 검토: 법무법인 우경 최병석 대표변호사 — 서울대학교 법학부 졸업,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채권추심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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