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얼마를 지급하겠다”는 약속이 문서로 남아 있다면, 그 자체가 청구의 근거가 됩니다. 지불각서·합의서·확약서처럼 지급 의무와 금액, 기한이 특정된 서면이 있으면 굳이 원래 계약의 이행 여부를 처음부터 다시 다툴 필요 없이 약정금 청구로 곧장 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불각서를 써 주고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은 사안에서, 상대가 아무런 답변서를 내지 않아 무변론으로 청구액 전부와 지연이자가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반대로 약정 자체가 없었다고 다투는 사건에서는 “그런 약속을 했다”는 점을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하므로, 결국 서면이 있느냐가 승패를 가릅니다. 여기에 더해 채무자에게 당장 현금이 없다면, 채무자가 제3자에게 가진 채권을 넘겨받아 회수하는 방법도 함께 검토하게 됩니다.
약정금 청구란 무엇인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쪽이 상대방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금전을 약정금이라고 부릅니다. 계약 체결의 증거로 오간 증약금, 해제권을 유보하는 해약금, 채무불이행 시 몰수되는 위약금 등 성격이 여러 가지이고, 성격에 따라 반환·몰수 여부가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약정금 청구가 특히 유용한 국면은 두 가지입니다.
- 원래 계약의 이행 여부를 두고 다툼이 길어질 때. 공사 하자, 물품 검수, 용역 완료 여부를 일일이 다투는 대신, 상대가 새로 써 준 지불각서를 근거로 그 금액만 청구합니다.
- 채무를 정리하며 새 지급 조건에 합의했을 때. 분할 상환 합의서에 기한이익 상실 조항을 넣어 두면, 한 번만 어겨도 잔액 전부를 즉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지불각서는 형식보다 내용의 특정이 중요합니다. 지급할 금액(부가가치세 포함 여부 포함), 지급 기한, 당사자와 서명·날인, 지연 시의 이자율이 적혀 있어야 다툼의 여지가 줄어듭니다. 공사·용역 대금에서 출발한 사건이라면 공사대금 청구, 용역대금 청구의 쟁점도 함께 검토됩니다.
회수 절차는 이 순서로 진행합니다
| 단계 | 내용 | 판단 기준 |
|---|---|---|
| 1. 내용증명 | 미지급 금액·기한·법적 조치 예고를 특정해 발송 | 그 자체로 강제력은 없으나 최고(催告) 시점과 지연손해금 기산의 근거가 되고, 이후 증거로 쓰임 |
| 2. 지급명령 | 서면 심리만으로 지급을 명하는 간이 절차 | 다툼의 여지가 적고 상대 주소가 확실할 때 유리 — 비용·기간이 적게 듦 |
| 3. 본안 소송 | 약정금 청구의 소 제기 | 상대가 이의신청할 것이 분명하거나 사실관계 다툼이 있을 때 |
| 4. 보전처분 | 가압류로 재산을 묶어 둠 | 채무자가 재산을 처분할 정황이 있으면 소송보다 먼저 검토 |
| 5. 강제집행 | 판결·지급명령 확정 후 압류·추심 | 회수 가능한 재산을 먼저 특정해야 실효성이 있음 |
지급명령은 송달일부터 2주 안에 상대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생겨 곧바로 강제집행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절차별 차이는 지급명령 신청에 정리했습니다.
판결을 받아도 채무자에게 재산이 없으면 종이에 그칩니다. 그래서 소송과 병행해 재산을 찾는 절차를 준비합니다. 채무자를 법정에 세워 재산 목록을 제출하게 하는 재산명시·재산조회, 금융기관 등을 통해 재산을 확인하는 채무자 재산 조사, 확인된 채권을 붙잡는 압류·추심명령, 전체 집행 절차의 흐름은 강제집행 절차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소멸시효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받을 돈이 있다는 사실보다 언제까지 청구할 수 있는지가 먼저입니다. 시효가 지나면 상대가 그 점만 주장해도 청구가 배척됩니다.
| 채권의 성격 | 소멸시효 | 근거 |
|---|---|---|
| 일반 민사채권 | 10년 | 민법 제162조 제1항 |
| 상행위로 생긴 채권 | 5년 | 상법 제64조 |
| 공사에 관한 채권, 생산자·상인의 물품 대금 등 | 3년 | 민법 제163조 |
| 음식료·숙박료 등 | 1년 | 민법 제164조 |
거래에서 생긴 대금 채권은 3년 단기시효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다만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하면 시효가 새로 시작됩니다. 지불각서를 받아 두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일부 변제, 지급 유예 요청, 채무를 인정하는 문자 역시 승인으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대화 기록을 보존해 두시기 바랍니다.
채무자에게 현금이 없다면 — 채권양도
채무자가 제3자로부터 받을 돈이 있다면, 그 채권을 넘겨받아 제3자에게서 직접 회수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것이 지명채권양도입니다. 채권자가 특정된 채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것으로, A가 B에게 받을 돈을 C에게 넘기면 C가 B에게 청구하게 됩니다.
양도 자체는 양도인과 양수인의 합의만으로 됩니다. 문제는 대항요건입니다.
- 채무자에게 대항하려면 양도인의 통지 또는 채무자의 승낙이 필요합니다(민법 제450조 제1항). 통지가 없으면 채무자가 종전 채권자에게 변제한 것도 유효한 변제가 되어, 양수인은 돈을 받지 못한 채 남게 됩니다.
- 통지는 양도인 명의로 해야 합니다. 양수인이 대신 보내려면 위임장 등으로 대리권을 증명해 두어야 다툼이 생기지 않습니다.
- 제3자에게 대항하려면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통지·승낙이어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같은 채권이 이중으로 양도되었거나 다른 채권자의 압류와 경합할 때, 승패는 누가 먼저 알렸는지가 아니라 누가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알렸는지로 갈립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내용증명 우편이나 공증을 이용합니다.
양수인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한계도 있습니다. 채무자는 양도 통지를 받을 때까지 종전 채권자에게 주장할 수 있었던 사유를 그대로 양수인에게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일부를 변제했다거나, 계약 해제 사유가 있다거나, 상계할 채권을 갖고 있다는 항변이 대표적입니다. 넘겨받은 채권의 액면이 아니라 실제로 남아 있는 금액이 회수 가능액이므로, 양수 전에 채무자에게 잔액을 확인하고 이의 없는 승낙을 받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우경이 다룬 사건
법무법인 우경은 도장공사 도급계약을 이행한 원고를 대리해, 계약금과 중도금조차 지급하지 않은 상대방을 상대로 약정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청구 금액 전액과 지연이자가 인정된 판결을 받았습니다. 상대방이 지불각서에 지장까지 날인해 두고도 이행하지 않은 사안이었고, 소송에서 아무런 항변도 하지 않아 무변론으로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도급계약서·지불각서·이행 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제출한 것이 절차를 단축한 요인이었습니다.
반대로 약정이 없었다는 방어에 성공한 사건도 있습니다. 토지를 함께 매수하는 과정에서 돈을 빌려준 상대방이 “원금 외에 수익금 일부를 나누기로 약속했다”며 청구한 사안에서,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수익금 분배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혀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약정금 사건에서 약속의 존재를 주장하는 쪽이 이를 증명해야 한다는 원칙이 그대로 드러난 사례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지불각서만 있으면 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지불각서는 청구의 근거가 되는 증거일 뿐이므로, 지급명령이나 판결 같은 집행권원을 먼저 받아야 강제집행이 가능합니다. 다만 처음부터 공정증서(집행력 있는 공증)로 작성해 두었다면 별도의 소송 없이 집행할 수 있습니다.
Q. 상대가 소송에 아무 대응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요?
A.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고 변론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으면 무변론 판결로 청구가 그대로 인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청구 원인을 뒷받침할 서면이 갖춰져 있어야 하므로, 계약서·각서·이행 내역은 미리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Q. 구두로만 약속했는데 청구할 수 있나요?
A. 구두 약정도 유효하지만, 다툼이 생기면 그 존재를 주장하는 쪽이 증명해야 합니다. 문자·메신저·이체 내역·통화 녹음처럼 약속 내용을 보여 주는 자료를 최대한 모아 검토받으시는 편이 좋습니다.
Q. 3년이 지난 대금도 받을 수 있나요?
A. 시효 기간은 채권의 성격에 따라 다르고, 그 사이에 채무자가 채무를 승인했다면 시효가 새로 시작됩니다. 일부 변제나 지급 유예 요청이 있었다면 아직 청구가 가능할 수 있으므로 거래·연락 기록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 채권을 넘겨받았는데 채무자가 “이미 원래 채권자에게 갚았다”고 합니다.
A. 양도 통지가 도달하기 전에 이루어진 변제라면 유효한 변제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양도 즉시 양도인 명의의 내용증명으로 통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같은 채권을 다른 사람도 양도받았다고 합니다. 누가 우선하나요?
A. 확정일자 있는 증서에 의한 통지가 채무자에게 먼저 도달한 쪽이 우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압류·전부명령과 경합하는 경우에도 도달 시점이 기준이 되므로, 통지 방법과 도달일을 확인해 정리해야 합니다.
이 글의 검토: 법무법인 우경 최병석 대표변호사 — 서울대학교 법학부 졸업,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 채권추심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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